나는 한때 처음엔 도저히 할 수 없을 것 같은 세상의 어떤 두려운 일도 한번, 두번 계속 반복하다 보면 그 어떤 것이든 반드시 길들여지고 익숙해지고 만만해진다고 믿었다 그렇게 생각 할 때만 해도 인생 무서울 것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절대로 시간이 가도 길들여 지지 않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안다 오래된 애인의 배신이 그렇고 백번 천번 봐도 초라한 부모님의 뒷모습이 그렇고 나 아닌 다른 남자와 웃는 준영의 모습이 그렇다 절대로 길들여 지지 않는 그래서 너무나도 낯선 이 순간들을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걸까?
나는 드라마가 이래서 좋다 내가 모르는,
내가 외면했던, 내가 무관심 했던 숱한 사람들의 삶까지 엿볼 수 있으니 말이다 아버지와 엄마가 생각난다 준영이 어머니
조차도 대체 다른 사람들은 사랑했던 사람들과
어떻게 헤어지는걸까? 연희와도 준영과도 이번이 처음 이별이 아닌데 왜 이렇게 매순간이 처음처럼 당황스러운지 모든 사랑이 첫사랑인 것 처럼 모든
이별도 첫이별처럼 낯설고 당황스럽고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르겠다 나만 이런건가? 준영이는 너무나도 괜찮아 보인다 그런데 정말 길들여 지지 않는 건 바로
이런거다 뻔히 준영이의 마음을 알면서도 하나도 모르는 척 이렇게 끝까지 준영의 속을 뒤집는 뒤틀린 나 자신을 보는 것 사랑을 하면서 알게되는 내
이런 뒤틀린 모습들은 정말이지 길들여 지지가 않는다 그만하자고 내가 잘못했다고 다시 만나자고 첨엔 알았는데 이젠 나도 우리가 왜 헤어졌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안고싶다고
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은데 왜 나는 자꾸 이상한 말만 하는건지 그리고 길들여 지지 않는 것 또 하나 얘기치 못했던 바로 이런 순간
그들이 사는 세상 - 노희경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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