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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1. 2011.01.27 절대로 길들여지지 않는 몇가지 - 그들이 사는 세상 14화
  2. 2011.01.27 슬프다는 말로 시작되는 시
posted by Kyleslab 2011. 1. 27. 21:17

나는 한때 처음엔 도저히 할 수 없을 것 같은 세상의 어떤 두려운 일도 한번, 두번 계속 반복하다 보면 그 어떤 것이든 반드시 길들여지고 익숙해지고 만만해진다고 믿었다 그렇게 생각 할 때만 해도 인생 무서울 것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절대로 시간이 가도 길들여 지지 않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안다 오래된 애인의 배신이 그렇고 백번 천번 봐도 초라한 부모님의 뒷모습이 그렇고 나 아닌 다른 남자와 웃는 준영의 모습이 그렇다 절대로 길들여 지지 않는 그래서 너무나도 낯선 이 순간들을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걸까?

 

나는 드라마가 이래서 좋다 내가 모르는, 내가 외면했던, 내가 무관심 했던 숱한 사람들의 삶까지 엿볼 수 있으니 말이다 아버지와 엄마가 생각난다 준영이 어머니 조차도

 

대체 다른 사람들은 사랑했던 사람들과 어떻게 헤어지는걸까? 연희와도 준영과도 이번이 처음 이별이 아닌데 왜 이렇게 매순간이 처음처럼 당황스러운지 모든 사랑이 첫사랑인 것 처럼 모든 이별도 첫이별처럼 낯설고 당황스럽고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르겠다 나만 이런건가? 준영이는 너무나도 괜찮아 보인다

 

그런데 정말 길들여 지지 않는 건 바로 이런거다 뻔히 준영이의 마음을 알면서도 하나도 모르는 척 이렇게 끝까지 준영의 속을 뒤집는 뒤틀린 나 자신을 보는 것 사랑을 하면서 알게되는 내 이런 뒤틀린 모습들은 정말이지 길들여 지지가 않는다 그만하자고 내가 잘못했다고 다시 만나자고 첨엔 알았는데 이젠 나도 우리가 왜 헤어졌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안고싶다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은데 왜 나는 자꾸 이상한 말만 하는건지 그리고 길들여 지지 않는 것 또 하나 얘기치 못했던 바로 이런 순간


그들이 사는 세상 - 노희경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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슬프다는 말로 시작되는 시  (0) 2011.01.27
posted by Kyleslab 2011. 1. 27. 21:09

슬프다는 말로 시작되는 시가 있다.

 

슬프다.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.

완전히 망가지면서 완전히 망가뜨려놓고 가는 것,

그 징표 없이는 진실로 사랑했다 말할 수 없는 건지,

나에게 왔던 모든 사람들,

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 채로 모두 떠났다.

 

참 좋은 시였는데 다는 기억나지 않는다.

그렇게 첫 구절과 마지막 구절, 한 구절만 생각이 난다.

마지막은 이렇다.

 

아무도 사랑해본 적이 없다는거,

언제 다시 올 지 모를 이 세상을 지나가면서,

내 뼈아픈 후회는 바로 그거다,

그 누구를 위해 누구를,

한번도 사랑하지 않았다는 거.

 

내 자존심을 지킨답시고, 나는 저아이를 버렸는데,

그럼 지켜진 내 자존심은

지금 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?

 

- 노희경, <그들이 사는 세상> 中